1.
요기요 시절, 프로덕트 총괄이 된 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기획팀과 디자인팀을 더욱 강한 조직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낮에는 급한 업무를 마치고, 저녁에는 그간 접수된 기획·디자인 지원자의 이력서를 하나하나 검토했다. 그러다 두 개의 이력서에서 눈이 멈췄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력서였다. 한 명은 10여 년 전 내가 기획자로 일했던 회사의 디자인팀장이었고, 한 명은 첫 회사에서 나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던 사수였다.
나보다 앞서 있던 사람들의 이력서를 10년 후 내가 검토하게 되다니. 감정이 묘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이유는 뭘까?
2.
그 당시, 내 조직에 있던 팀장이 퇴사한다고 했다. 솔직히 일을 잘하는 편도 아니었고, 리더십도 부족해 팀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팀장이었다.
1on1을 했다. 마음에 드는 팀장은 아니었지만 좀 더 함께하며 일하는 체계를 배운 후 나가는 게 낫겠다 싶어 붙잡았다. 하지만 그는 나의 만류를 뒤로하고 퇴사했다. 아마 나의 새로운 리더십에 적응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몇 달 후 개발팀 리더들이 술을 사달라고 해서 술집에 갔다. 퇴사했던 그 팀장이 있었다. 무슨 일인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팀장이 이직한 회사가 요기요보다 수평적인 분위기도 아니고, 뭔가 배울 것이 있거나 잘될 것 같지 않은 회사였던 것이다.
팀장은 나에게 다시 요기요로 돌아갈 수 없냐고 애원했다. 안타깝게도 그가 퇴사한 후 팀원들은 더욱 밝은 분위기로 자발적으로 일하고 있었고, 일은 아무 문제 없이, 아니 더 잘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받아줄 수 없음을 넌지시 전하자, 그는 술김에 나에게 화를 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나도 욱해서 평소와 달리 반말로 속마음을 쏟아냈다.
”*팀장, 기억해? 내가 나가지 말라고 말했지…”, “지금 여기보다 좋은 환경인 곳이 많지 않다고…”, “사실 팀원들이 당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이 내 조직원이니까 말린 거였어.”, “그런데 본인이 나가놓고서 이제 와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우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본인의 리더십과 성과를 만드는 역량을 키우고 와.”, “그때 다시 얘기해 보자고.”
그는 나의 반말 때문인지, 직설적인 내용 때문인지… 아무 말도 못했다.
3.
나는 종종 사람들의 과거 이력을 보며, 현재의 결과를 유추해보는 편이다. 어떤 이유로 그 사람들은 이런 커리어의 결과를 얻었을까? 그 이유를 찾는 것이다.
내가 본 커리어가 꼬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메타인지가 부족했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이 못하는 것에 대한 지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 약점을 보완하지도, 강점으로 커버하지도 못한다.
두 번째, 감정적으로 이직한다.
자신의 방향과 목표에 따른 이직이 아닌, 감정에 따라 이직한다. 그러다 보니 경력을 보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의도로 커리어를 쌓았는지가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 지식의 체계성이 낮다.
경력이 쌓일수록 자신이 잘하는 영역의 지식과 노하우가 체계화되어야 하는데, 파편화되어 있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한 측면에서는 아는 것이 있어 보이지만, 그런 지식들이 구조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지식으로 리딩할 정도의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4.
최근 네이버 대표를 지냈던 두 사람이 장관이 되었다. 한성숙, 최휘영 장관 그들의 이력을 한번 살펴보기를 권한다. 처음부터 IT 전문가가 아니었다. 기자로 시작해 “콘텐츠와 기술의 결합”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움직였다. 즉흥이 아닌, 전략이었다.
그들처럼 커리어는 환경과 자신의 방향에 맞춰 설계하는 것이다. 리더십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나의 리더십과 커리어는 어떻게 쌓아가야 할까?”
30여년간 나는 이런 질문을 안고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 질문에 대한 내 답을 보다 많은 후배들에게 나누고 싶어 이번에 클래스유에서 강의를 만들었다.
만약 나의 커리어 지도를 그리는 데 막막함을 느낀다면, 이 강의가 나침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기획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