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엔 개발자가 없는데, PM이 며칠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걸 그대로 고객에게 보여줘도 될까요?”
최근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커서(Cursor), 윈드서프(Windsurf), 클로드 코드(Claude Code) 같은 자율형 코딩 에이전트가 확산되면서, 개발자가 아닌 팀원도 며칠 만에 그럴듯한 화면을 만들어내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이 흐름을 가리키는 이름이 “바이브 코딩(Vibe Coding)”입니다.
바이브 코딩이란, 코드를 직접 짜는 대신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자연어로 설명하고, 나온 코드를 깊이 검토하기보다 결과의 “느낌(vibe)”만 보고 받아들이는 개발 방식을 말합니다. 전 테슬라 AI 디렉터이자 OpenAI 창립 연구원인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가 제안한 표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 AI 콘퍼런스 대담에서 카파시는 이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본질이 저수준 코드 작성이 아니라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와 AI가 만든 결과물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예전엔 아이디어를 화면으로 확인하려면 개발자를 구하거나 외주를 맡겨야 했습니다. 채용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보고, 온보딩까지 마치는 데만 몇 주가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PM이나 기획자가 AI 도구에 원하는 기능을 자연어로 설명하는 것만으로 동작하는 프로토타입을 며칠, 때로는 몇 시간 만에 만들 수 있습니다.
개발 리소스가 없는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이 변화의 체감이 큰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다음 실제 화면으로 확인하기까지의 거리가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가설을 세우고, 화면으로 만들어보고,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한 바퀴가 빨라지면 그만큼 잘못된 방향으로 오래 달리는 위험도 줄어듭니다. 개발자를 먼저 채용한 뒤에야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던 순서가, 이제는 뒤집힐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동시에 실무자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우려도 있습니다. AI가 만든 코드는 일단 화면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보안 취약점이나 예상치 못한 오류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코드를 짠 사람이 그 코드가 왜 그렇게 동작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 기능을 또 AI에게 맡기는 일이 반복되면, 문제는 한 번에 터지지 않고 조금씩 쌓입니다.
기술 부채가 쌓이는 방식이 바로 이렇습니다. 처음 한두 개 화면은 빠르게 잘 만들어지지만, 기능이 늘어날수록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짜인 코드 조각들이 뒤섞이고, 어디를 고치면 어디가 영향을 받는지 아무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작은 기능 하나를 추가하는 데도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편이 나은 시점이 옵니다. “빠르게 만든 프로토타입”과 “실제로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프로덕션 코드”를 같은 기준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실무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이유입니다. 검증 없이 받아들인 코드 한 줄이, 나중에 감당해야 할 문제의 크기를 눈덩이처럼 키우는 스노우볼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입니다.
찬성과 우려 중 어느 한쪽만 맞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중요한 것은 “쓴다, 안 쓴다”가 아니라 “어디에 쓰는가”를 구분하는 기준입니다.
바이브 코딩이 잘 맞는 상황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새로운 랜딩페이지 문구가 전환율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는 A/B 테스트용 화면, 투자자나 팀 내부에 보여줄 목업, 아이디어 단계에서 사용자 반응을 빠르게 테스트하기 위한 임시 화면이라면 바이브 코딩의 속도가 그대로 강점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코드의 완성도보다 “얼마나 빨리 확인하는가”가 더 중요한 목표이고, 결과가 별로면 그대로 버리고 다시 만들어도 손실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피해야 할 상황도 분명합니다. 회원가입 화면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저장하거나, 결제 수단을 연동해 실제 돈이 오가거나, 장애가 나면 매출과 신뢰에 바로 영향을 주는 영역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앞서 말한 랜딩페이지 A/B 테스트 화면과 결제 연동 화면은 같은 “웹 화면”이라도 위험의 크기가 전혀 다릅니다. 이런 영역에서는 AI가 만든 코드를 그대로 배포하기 전에 반드시 개발자의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바이브 코딩으로 빠르게 확인한 뒤, 실제 서비스로 옮길 때는 그 코드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거나 새로 작성한다는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 현실적인 절충안입니다.
정리하면, 바이브 코딩을 도입할지 말지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질문입니다. 이 결과물이 고객의 돈이나 개인정보를 직접 다루는가,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되돌리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지는가입니다. 두 질문 중 하나라도 “그렇다”에 가깝다면 그 코드는 개발자의 검토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영역이고, 둘 다 “아니다”에 가깝다면 바이브 코딩으로 빠르게 만들어보고 버려도 괜찮은 영역입니다.
지금 팀에서 AI 도구로 만들고 있는 화면이나 기능이 있다면, 그것이 이 두 질문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한번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검토 기준을 팀 안에서 미리 정해두는 것만으로도, 바이브 코딩의 속도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위험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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