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스타트업의 PM 조직을 이끄는 리더분이 멘토링을 신청하셨습니다. 질문은 이랬습니다. 주니어 PM들이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의하지 못하는 한계를 어떻게 넘길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리더가 과제를 던져주면 기획서는 그럭저럭 써오는데, “우리가 지금 뭘 풀어야 하죠?”라고 물으면 다들 조용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저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 항상 같은 순서로 되묻습니다. 그 팀원들이 지금 어느 레벨에 있는지 먼저 재보셨나요.
그런데 막상 대부분의 리더는 이 질문에 바로 답을 못 하십니다. “역량이 부족하다”는 뭉뚱그린 진단만 있고, 그 부족함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 걸려 있는지는 짚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진단이 없으면 처방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획자의 레벨을 이렇게 다섯 단계로 나눠서 봅니다.
- Lv1. 리더(선배)의 가이드와 도움을 받아야 기획서 작성과 과제 리딩이 가능한 수준
- Lv2. 리더가 던져준 과제와 목표를, 도움 없이 기획서로 옮기고 리딩할 수 있는 수준
- Lv3.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하나의 과제로 만들고 성과까지 내는 수준. 리더와 동료, 고객이 인정하는 수준
- Lv4. 스쿼드나 프로젝트 하나를 통째로 기획, 지표 설계, 우선순위 관리, 조직 리딩, 성과 창출, 회고까지 돌리는 수준
- Lv5. 사업 단위의 기획, 복수 조직 리딩, 생산 체계 설계, 협업 부서 조율까지 감당하는 수준
주니어 PM이 “우리가 뭘 풀어야 하죠”라는 질문 앞에서 얼어붙는다면, 그 사람은 대개 Lv1과 Lv2 경계쯤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리더가 이미 문제를 정의해서 떠먹여 주고, 그 안에서 솔루션만 고르는 방식에 익숙해진 것입니다. 본인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 훈련받았을 뿐입니다. 문제는 그 상태를 “성실한데 아직 부족한 주니어”로 뭉뚱그려 두면, 3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리더분들이 자주 하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문제 정의력은 타고나는 감각이라 훈련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획자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왜”라는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인데, 이건 재능보다 반복되는 일하는 방식이 만듭니다. 『기획은 2형식이다』에서는 솔루션에 25퍼센트, 문제 정의에 75퍼센트의 시간을 쓰라고 할 정도입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순간은 화려해 보이지만, 성공의 진짜 레버는 그 앞에 있는 문제 정의라는 뜻입니다.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이미 정의된 과제만 받아서 일하는 주니어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 비율을 뒤집을 계기를 못 만납니다. 남다르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훈련이 따로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면 이 훈련을 개인 역량 문제로만 남겨둘 게 아니라, 조직의 일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회의 문화부터 손을 대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핵심적인 문제 정의보다 단편적인 아이디어 하나에 다들 꽂히거나, 근본 원인은 건드리지 않고 표면 증상만 다루다 끝나는 회의를 그대로 두면, 문제 정의를 연습할 자리 자체가 조직 안에 없는 것입니다.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를 먼저 묻는 절차를 회의 안에 강제로 넣어야 합니다. 측정 가능한 지표가 안 붙어 있는 목표 중심의 계획이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 그냥 이야기만 하다 끝나버리는 관행도 같이 없애야 합니다. 회의 한 번 바꾼다고 다음 날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인이 배길 때까지, 불편해도 반복해야 합니다.
역할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PO처럼 일하기를 권합니다. 업무 범위를 “내가 맡은 기능”이 아니라 “내가 달성해야 할 목표” 중심으로 스스로 설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성공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트랙을 직접 밟게 해야, 나중에 “우리가 뭘 풀어야 하죠”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사람이 됩니다. 리더가 대신 답을 내려주는 순간 그 트랙은 끊깁니다.
결국 문제 정의력은 어느 날 갑자기 켜지는 스위치가 아니라… 인이 배길 때까지 불편한 회의를 반복한 결과물이더군요. 매번의 회의 하나하나는 작아 보여도, 스노우볼처럼 쌓여 조직의 문제 정의 근육이 됩니다. 조직이 그 불편함을 견디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주니어를 뽑아도 같은 질문 앞에서 계속 얼어붙습니다.
혹시 지금 팀의 마지막 회의를 한 번 떠올려 보시겠어요.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를 누가 먼저 물었는지, 그 질문 뒤에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부터 확인해보시면 어떨까요.
그 다음 걸음을, 함께
다음 성장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Be the 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