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는 했는데 숫자는 그대로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임원으로 일하던 때, C레벨 회의는 저녁 6시에 시작해 자정 가까이 끝나기 일쑤였습니다. 매번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은 고민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회의를 오래 하면, 회사가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회사는 계속 2등에 머물러 있었고, 매일 회의의 주제는 비슷했습니다. 데이터의 정확도, 개발팀의 속도 문제, 추가로 봐야 할 데이터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었습니다. 본사의 진단 이후, 자잘한 과제 대신 임팩트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 경쟁사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코칭 현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봅니다. 많은 회의가 지엽적인 주제에 시간을 쓰고 있더라고요. 했던 일들을 보고하고, 할 일을 나열하고, 실패했음에도 노력했던 과정을 어필하거나 책임 소재를 찾고, 자료 형식을 수정하는 일들입니다.

이런 것들도 필요하지만 회의의 주제는 ‘핵심지표 달성’에 포커스 되어야 합니다. 실패를 했더라도 그것을 발판 삼아 성과를 만들어낼 아이디어를 찾고 실행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팀장님들이 자주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팀은 예전 같지 않을까요.” 문제는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볼 것인가입니다.

제가 코칭했던 30명 규모의 스타트업도 그랬습니다. 대표님이 하고 싶은 과제 5개를 최상위 목표로 잡고 있었습니다. 투자유치에 꼭 필요한 ‘B2B 고객유치 수’와 밀접한 2개로 줄여 OKR로 다시 세웠고, 전 직원이 그 두 개에 집중해 연말에 목표 수치를 달성했습니다.

물론 숫자만 쥐고 흔든다고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한 회사는 과거 어려운 시기에도 우수한 매출 성과를 냈지만, OKR 등의 체계를 도입한 이후 오히려 성장세가 둔화되었습니다. 리더가 매주 숫자 달성 여부에만 집중하자, 숫자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아닌 통제와 제약의 수단이 되어버렸습니다. 높은 목표라도 함께 설정하고, 리더와 실무자가 한 팀이 되어 달성하는 방법을 함께 찾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땀방울은 길을 잃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엇이 숫자를 움직이는지 먼저 정하지 않아서입니다.

다음에 일을 맡기거나 받을 때, 이 일이 어떤 숫자를 움직이는지 먼저 한 줄로 말해 보면 어떨까요?

그 다음 걸음을, 함께

한성희 서명

다음 성장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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