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특별한 기업 강연을 하고 왔다.
IT 경력이 중심인 나에게 생산업체 리더십 강의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토요일 오전에. 강의안 준비 전에 HR담당자와 간단히 얘기를 나눴는데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회사는 몇 년 전 사모펀드에 인수되어 새로운 CEO가 오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평균 연령이 50~60대인 팀장들이 기존 방식과 다른 리더십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낼 강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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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시작 전 팀장 한 분 한 분에게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먼저 들었다. 각자의 고민은 달랐지만 변화 속에서 리더십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공통된 고민이었다.
나는 리더십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 커리어부터 꺼냈다. 기획자, 팀장, PM, CPO, COO, CEO. 겉으로는 멋진 경력처럼 보이지만 그 안은 혼란의 연속이었다고.
네이버에서 10년간 60번의 발령을 받으며 십여 명의 임원과 함께 일한 이야기. 삼성전자를 나와 50명대의 요기요에 갔다가 적응을 못해 손톱이 움푹 파인 이야기. 주말마다 우울증에 걸렸던 이야기 등등.
토요일 오전이라 처음엔 시큰둥하던 팀장들이 훈수보다 생생한 고생담과 극복 스토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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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끝에 찾은 극복 방향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지형과 지물을 구분해야 했다. 상사가 바뀌고 회사가 바뀌면 먼저 무엇이 바꿀 수 없는 지형이고 무엇이 바꿀 수 있는 지물인지를 알아야 했다. 나는 그 구분도 없이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매일 욕만 했다. 이상한 사람은 상황이 아니라 나였다.
둘째, 불만을 듣는 사람은 당신 앞에서는 수긍할지 몰라도 결국 당신을 불편해하거나 멀리하게 된다. 불평의 부정적 감정은 전염되기 때문이다.
셋째, 인생에서의 나는 바다 위에 돛이 달린 배와 같다고 생각했다. 바람은 시시각각 바뀌고 가끔은 폭풍이 오기도 한다. 그 상황에서도 배의 방향은 바람이 아니라 내가 움직이는 돛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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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론은 내가 문제였다.
그걸 깨닫고 오히려 희열을 느꼈다. 다른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할 때는 풀 방법이 없었는데, 내가 바뀌면 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해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뒤로 지형을 먼저 살피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는 돌산을 발견하면 불평 대신 그 안에서 잘 살 방법을 찾았다. 이해 못할 상황이 생기면 화를 내기보다 원인과 해법을 먼저 생각했다.
이런 삶을 6개월, 1년 이상 지속하니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주말의 우울증이 사라진 것이었다. 사람들이 고민이 있으면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고 자존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그 해 내 인생 최고의 평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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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결과가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믿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로커스 오브 컨트롤(Locus of Control)이라고 부른다. 50개 이상의 연구 결과는 일관됐다. 내 삶이 나에게 달려있다고 믿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직무 성과, 직무 만족도, 스트레스 대처 모두에서 높은 결과를 보였다. 내가 경험으로 깨달은 것을 연구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강연 후 HR팀장이 말했다. 최근에 팀장이 되어 고민이 많았는데, 꼭 필요한 때에 필요한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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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스타트업을 코칭하면서도 느낀다. 인생도 사업도 모두 바람이 거칠게 부는 바다와 같다.
내 배의 돛, 내가 꼭 잡고 있나. 혹시 남 탓만 하며 놓고 있지는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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