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데, 주니어들은 뭘 준비하면 좋을까요?” 이 질문을 요즘 부쩍 자주 받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화를 시작해보면, 다들 “어떤 AI 툴부터 배워야 하나요”로 이어지더라고요.

저는 그 순서 자체가 조금 아쉽습니다 ;;; 툴은 반년마다 바뀝니다. 지금 열심히 익힌 프롬프트 요령이 다음 버전이 나오면 쓸모없어지는 일이 실제로 자주 일어납니다. 그런데도 다들 “뭘 배워야 하나”부터 묻는 건, 그게 가장 눈에 보이는 불안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해는 됩니다. 선배들도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려줄 수 없는 첫 세대라, 참고할 선례가 없습니다. 옆자리 동료가 AI로 하루 만에 끝내는 걸 보면, 내가 아직 못 배운 툴이 있어서 뒤처진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불안을 “다음엔 무슨 툴이 뜰까”로 풀면, 계속 쫓아가기만 하다가 끝나더라고요.

그런데 곰곰이 보면, AI가 정말 잘하는 건 “답을 내는 것”입니다. 반대로 여전히 못 하는 건 “뭘 물어야 하는지 정하는 것”입니다. 질문을 잘 세우기만 하면 답은 AI가 순식간에 내줍니다. 그래서 AI가 좋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의 값어치가 더 올라가더라고요. 답을 내는 쪽은 이미 공급 과잉이고, 질문을 잘 세우는 쪽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AI가 알려준 방법대로 개발을 진행했는데, 몇 달 뒤 연동하던 플랫폼이 정책을 바꾸면서 한 달 걸려 만든 서비스를 통째로 폐기해야 했습니다. AI가 틀린 답을 준 게 아니었습니다. 그 방법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거라는 전제를 아무도 되짚지 않은 게 문제였습니다.

이걸 실제로 준비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1. 답을 구하기 전에 질문부터 세 번 고쳐 씁니다. 처음 떠오른 질문은 대개 증상만 묻습니다. “왜 전환율이 낮을까요”보다 “어느 단계에서 이탈이 몰리고, 그 단계 사용자는 뭘 기대했을까요”처럼 문제를 좁혀서 물을수록 AI 답도, 사람 판단도 훨씬 정교해집니다. 첫 질문 그대로 AI에 넣는 습관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결과물의 질이 확 달라집니다. 떠오른 질문을 바로 던지지 않고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사실 내가 궁금한 건 다른 데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AI가 준 답을 그대로 쓰지 않고 검증하는 습관을 들입니다. “이 답이 맞으려면 어떤 전제가 성립해야 하나”를 한 번 되짚는 겁니다. AI는 그럴듯한 답을 자신 있게 내놓는데, 그 자신감이 실제로 맞는지 확인하는 건 여전히 사람 몫입니다. 전제 하나가 틀리면 결론 전체가 틀리는데, AI는 그걸 스스로 알아채지 못합니다. 주니어일수록 이 검증 단계를 건너뛰기 쉬운데, 정작 시니어와 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3. 왜 이 문제가 지금 중요한지 동료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합니다. AI는 맥락을 모릅니다. 지금 이 조직에서, 이 시점에 왜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하는지 설득하는 능력은 도구가 아무리 좋아져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회의에서 “그래서 이게 왜 지금 중요한데요?”라는 질문에 바로 대답 못 하는 순간, AI가 대신해줄 수 없는 자리가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설명을 잘하는 사람은 보고서 없이도 팀을 움직이고,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정교한 AI 분석을 붙여도 설득에 실패합니다.

의외로 이 세 가지는 AI가 없던 시절에도 좋은 기획자를 가르던 기준이었습니다. 신입 면접에서도, 승진 심사에서도 항상 같은 걸 봤습니다. 정답을 아는 사람인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지요. 달라진 건 딱 하나입니다. 예전엔 답을 못 구해서 헤매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 자리를 AI가 채워버려서 질문을 잘 못 세워서 헤매는 사람만 남았다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지금 AI 툴을 남들보다 늦게 배웠다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격차는 원래도 오래 못 갔습니다.

도구라는 지형은 계속 바뀝니다. 오늘 최신인 서비스가 내년엔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하는 능력은 지물이라, 지형이 통째로 바뀌어도 그대로 들고 갑니다. 지형을 익히는 데 쓰는 시간과 지물을 세우는 데 쓰는 시간, 지금 어느 쪽에 더 많이 쓰고 계신가요?

지금 궁금한 게 생기면, AI한테 바로 물어보셨나요. 아니면 질문부터 한 번 더 다듬어보셨나요?

ps. 저도 요즘 답 찾는 시간보다 질문 다듬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나쁜 신호는 아니겠죠 ㅎㅎ :-)

그 다음 걸음을, 함께

한성희 서명

다음 성장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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