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 번 눌렀습니다.

첫 번째는 1층 로비에서. 버튼을 눌렀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3초 후. 혹시 잘못 누른 건 아닐까 싶어 한 번 더 눌렀습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췄습니다.

알고 보니 처음 눌렀을 때 이미 신호는 전달됐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불빛만 없었을 뿐입니다. 두 번째로 누른 순간, 호출이 취소됐습니다. 그 건물 출근자 전원이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습니다. 불빛 하나 때문에.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날 아침 그 버튼 앞에 선 모든 사람이 똑같이 2~3 번 눌렀을 겁니다. 그리고 똑같이 엘리베이터를 멈춰 세웠을 겁니다.

왜 모두가 버튼을 더 누르게 된 걸까요?


통제감 착각 - 작동하지 않아도 누르는 이유

1980년대 뉴욕 맨해튼에는 수백 개의 횡단보도 신호 버튼이 있었습니다. 보행자들은 매일 그 버튼을 눌렀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더 빨리 바뀐다고 믿었습니다.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도시 교통 시스템이 자동화되면서 버튼 기능은 이미 1980년대에 사라졌습니다. 수백 개의 버튼이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 채 거리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몰랐습니다. 2004년 뉴욕타임스가 이 사실을 보도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뉴요커들은 작동하지 않는 버튼을 매일 눌렀습니다.

심리학자 엘렌 랭어(Ellen Langer)는 이 현상을 통제감 착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불렀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 자체가 사람을 안정시킨다는 원리입니다. 버튼을 눌렀다는 행위가 기다림의 불안을 줄여줬습니다.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제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 번 누른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불빛이 없으니 신호가 전달됐는지 알 수 없었고, 알 수 없으니 불안했고, 불안하니 한 번 더 눌렀습니다.

버튼은 행동을 유도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때로는 기다리는 사람을 달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 불빛 하나가 없었을 때, 달래지지 못한 불안이 엘리베이터를 멈춰 세웠습니다.


좋은 CTA의 조건

그렇다면 좋은 버튼은 무엇이 다를까요.

이런 혼란을 줄이고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요소를 콜 투 액션(Call to Action, CTA)이라고 부릅니다. UX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강력한 언어입니다.

애플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얻었다는 1960년대 독일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 그는 브라운(Braun)에서 일하며 이 원칙을 제품으로 증명했습니다. 그가 설계한 제품들은 버튼이 최소한으로 줄어들어 있습니다. 장식은 없지만 기능은 명확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클로드의 프롬프트 전송 버튼을 떠올려보세요. 주황색 박스 안에 화살표 하나가 전부입니다. 텍스트도, 설명도 없습니다. 입력을 하는 순간 박스가 활성화 됩니다. 박스는 ‘누를 수 있음’, 화살표는 ‘보낸다’는 의미입니다. 두 가지 기호만으로 완벽한 소통이 됩니다.

그리고 전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 메시지가 올라가는 애니메이션이 보입니다. ‘됐다’는 신호입니다. 두 번 누를 이유가 없습니다.

좋은 CTA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합니다. 행동을 유도하고, 그 행동이 전달됐다는 것을 즉시 알려줍니다.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에는 그 두 번째가 없었습니다.


일상 속 버튼이라는 언어

우리 주변의 버튼을 다시 생각해보세요.

점심시간 키오스크에서 노란 버튼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왜 혼란스러운지, 온라인쇼핑몰의 하단 버튼은 그 위치에 그 색으로 있는지, 넷플릭스 재생 버튼은 주목을 받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UX는 언어입니다. 버튼은 그 언어 중 가장 직접적인 명령문입니다.

이 언어가 어떻게 설계되는지, 그 뒤에 어떤 심리학과 고민이 숨어 있는지는 《UX의 언어들》 챕터 1에서 시작됩니다.


? UX의 언어들 Spin Off — 매주 수요일 발행됩니다.

《UX의 언어들》(한성희·신행철 저) 예스24 UX분야 6주 연속 베스트셀러

그 다음 걸음을, 함께

한성희 서명

다음 성장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 이전글당신의 서비스가 말을 한다면 두번째 책 'UX의 언어들'을 출간했습니다.다음글 ❯